《팀 토폴로지》, 조직, 변화, 저항
’팀 토폴로지’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것 GeekNews의 Spotify의 ‘Squad 팀 모델은 실패였다’ 덕이었지. 전 회사에서 Spotify 모델을 무턱대고 따라하려다 진퇴양난에 빠지는 걸 본 적도 있었으니, 이 글에 백퍼 동감하는 입장. 여기서 추천한 것들 중에는 Scaled Agile Framework(일명 SAFe), (인터넷 회사에서 좀 일해봤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못 들어봤으면 공부 안 한 본인탓을 해야하는) Basecamp가 쓰고 있는 Shape Up, Team Topologies 등이 있는데,
- SAFe는 대기업을 위한 애자일 프레임워크이다보니 너무 크다. 그리고, 한국에서 익힐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한글화된 자료도 별로 없다. 정말 이것만 하겠다고 덤벼들지 않는 이상 전체를 파악하고 내걸로 만들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게다가 프레임워크도 계속 버전업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애자일 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채택 비율을 가지고 있더라.
- Shape Up은 최종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 제품(앞으로 ’프로덕트’라고 하자)을 당장 만들어야할 때 쓸모 있어 보였다. 그러나, 다른 방법론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혼자 잘 안다고 적용할 수가 없다는 거. 더군다나 일정이 촉박할 때는 언제 그걸 다 공부한 다음에 실무에 적용해보냐는 거. 조직에 일정 수준 이상의 버퍼가 없으면 그래서 새로운 시도, 문화 같은 것은 남의 일이 돼버린다. 경영진이 아무리 하고 싶어해도 말이다.
- 그 중에 가장 관심이 간 건 팀 토폴로지였는데 번역본이 아직 안 나왔을 때여서 영문본을 가지고 낑낑 댔으나 진도 안 나가던 참에 (항상 고맙게도) 에이콘출판에서 높은 퀄리티로 번역본을 내주었다. 이 곳은 번역, 편집, 디자인에 공을 꽤 들인다. 시장성이 불확실한 책인데도 말이다(덕분에 난 영문 종이책, 킨들 e북, 한글번역본 모두 가지게 되었다…).
- Essential Scrum은 머리 어지러우니까 좀 나중에 보는 걸로.
사실 난 《팀 토폴로지》 번역본이 나오면 사람들이 우와~하고 몰려들어서 엄청 사 볼지 알았다. 그러나 판매지수를 보니 큰 인기는 없나보다. 일독을 한 상태인데 사실 내용이 어렵다. 워낙 방대한 양을 연구한 결과이기도 하고, 조직 구성에 대해 많이 고민해 본 사람이 아니면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이 딛고 서있는 기반은 ‘콘웨이의 법칙’ 즉, 시스템 구조는 설계하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닮는다는 내용이고, 그러므로 조직을 비즈니스 상황에 최적화된 형태로 정렬(align)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결정권자들이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지혜와 용기 모두 있어야 하는데, 둘 다 갖춘 이들은 많지 않은 법(둘 다 갖춘 이들은 이 시대의 ’영웅’이라 할만하다).
아무튼 《팀 토폴로지》는 한 번 읽어서는 다 이해 못하겠고, 한 번 더 읽어야겠어. 반면 ’셰이프 업’은 어려운 내용은 없고, 팀원들이 함께 스터디, 이해한 후에 합의만 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도구’다. 이론보다는 글쓴이(Ryan Singer)가 직접 Basecamp의 프로덕트들을 만들면서 경험한 것들이 바탕이 되니 회사 내에서 적용하기가 더 수월했을 수는 있겠지만. 검색해보니 한글로 요약 해놓은 분이 계시네. 땡큐요.
새롭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말 생명에 대한 위협이 있지 않은 이상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듯. 대의와 명분에 동감해서 변화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운 시절이다.
아, 그리고 《팀 토폴로지》에서 자주 인용하는 책 중의 하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엔진》(Accelerate)이다. 요즘 읽고 있음. 대단하게도 이 책 역시 에이콘출판에서 번역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