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검은 겨울,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취미와 수집 - 필적筆跡
(詩)
주하림, 《여름 키코》 중 ‘검은 겨울’
… 뿌리 없는 식물을 안고 잠을 청하는 남자의 침대,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남자는 유서를 찢고 한의 인간에서 숙명의 인간으로 건너간다 …
(단편)
레이먼드 카버,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이상한 곳이다. 그곳에서, 작고 해로울 것 없는 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가 죽음과 소멸에 관한 생각으로 나를 이끌었다.
(에세이)
김구용, 《인연》 중 ‘취미와 수집 - 필적筆跡’
한글 글씨는 한문 글자보다도 현대 조형 예술과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글은 선線과 원圓과 굴곡과 속력이 있다. 얼마든지 심상心象 구성이 가능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간혹 한글 서예에 새로운 정신을 부여하려고 시도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필적을 많이 가졌대서 장한 것도 아니요 자랑할 것도 못 된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그림이지 사치품은 아니다. 단 한 폭이라도 좋으니 필적에서 자기가 존경하는 옛 어른을 직접 뵈옵고 앞날의 붓글씨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뜻깊은 일이다.